2011년 11월 20일
단편?
“…… 그렇게 해서, 늑대인간은 그 마을을 구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동화책을 덮고,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그녀의 손자일 터였다. 할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있던 어린아이는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안한 표정을 취했다. 자신의 손자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할머니는 말했다.
“어때, 재미있었니?”
“응, 이미 봤던 이야기지만 재밌었어!”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어린아이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의 앞에 놓여 있던 동화책이 들려져 있었다. 어린아이들 특유의 꾸밈없고 생기 넘치는 미소는, 그 아이가 정말로 동화책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득 아이가 말했다.
“그런데 할머니, 늑대인간은 정말로 있는 거야?”
바보 같은 질문이었지만, 바보 같은 질문이기에 더욱 어린아이다운 질문이었다. 2000년대에만 해도 사람들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초자연 현상들을 두려워했지만, 2000년도에서 100년도 더 지난 지금 시대에는 그런 것들을 믿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드물었다.
오컬트 계열의 지식이나 물품들은 전부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되고, 2100년을 예로 들 것도 없이 과학혁명이 끝난 2063년부터 오컬트 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오컬트 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허상을 쫓는다’며 바보취급 당하고, 경원시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탓에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어릴 적부터 ‘그런 건 없다’고 가르쳐 주며, 자신의 아이가 바보취급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평범한 집안의 가정교육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할머니는 자신의 손자를 바보취급 하기보다는 애매한 답을 내어, 자신의 손자가 스스로 길을 찾고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예의 따스한 눈빛과 말로 답해주었다.
“그렇구나……. 유하야. 엊그제 읽어준 동화를 기억하니?”
유하라고 불린 어린 아이는 그 정도야 당연하다는 일인 양,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응. 밭을 갈다가 보석을 발견하고 나무 밑에 묻어둔 농부가 ‘누가 보석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해 하다가, ‘누가 보석을 훔쳐갔을 거야!’ 라고 생각한 바람에 정말로 보석을 잃어버린 이야기였어.”
자신 있게 이야기 한 유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책장에서 ‘보석을 잃은 농부 이야기’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꺼내서 가져왔다. 할머니는 유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그래. 유하야, 네가 ‘그런 건 없다’고 단정 지으면, 그건 정말로 없는 게 되어버린단다.”
유하가 너무 어렸던 탓인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유하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하의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이야기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따스한 눈빛을 잃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유하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고, 할머니 역시 유하가 똑똑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잘 설명한다면 스스로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하가 있다고 믿으면 말이지, 그것은 실제로 있는 거란다.”
“웅……. 잘 모르겠어.”
할머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유하의 입에서는, 역시나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하는 듯 보였지만, 역시 어린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아.”
어려운 표정을 짓던 유하는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고서, 나름대로의 답을 자신 있게 내놓았다.
“내가 있다고 믿으면, 동화 속의 늑대인간도 정말로 있는 게 된다는 거지?”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정말로 늑대인간이 있었다면, 적어도 유하가 저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귀여운 손자의 기분을 침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 손자가 언젠가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믿고 있던 탓인지, 유하의 할머니는 말없이 미소 지으며 유하의 말에 긍정 해 주었다.
‘나 어때?’라는 표정을 지으며 의기양양 해져있는 유하를 바라보며, 할머니는 또 다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그런 유하를 향해서, 아직 하지 못한 말을 전해주었다.
“그래. 그렇단다. 그렇게 네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는 중요하단다.”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지만, 아직 어린 유하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턱이 없었다. 그런 어려운 말의 숨겨진 뜻을 이해할 정도로 어린아이의 경험과 지식의 폭은 넓지 않았다. 그 증거로 유하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전과 같이 할머니의 말에 대꾸를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할머니는 작게 웃으며 유하에게 답해주었다.
“호호. 머지않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될 거란다. 우리 유하는 영리하니까.”
그렇게 평온한 한 때가 지나가고 있는 2143년의 따스한 봄날. 따뜻한 햇빛에 취해 나른함이 밀려왔지만, 그런 나른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계는 소리를 내며 ‘4시 정각’을 알려주고 있었다.
할머니는 동화책을 정리하며 유하에게 물었다.
“우리 유하, 이제 밖에서 놀 시간이지?”
할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동화책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는 유하. 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하의 눈동자에는 할머니가 동화책을 더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단호하게, 그러나 온화하게 유하를 타이르며, 바깥에 나가 노는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기다리지 않니? 그리고 밖에 나가면 유하가 있다고 생각하는 늑대인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늑대인간이라는 말에, 유하는 눈빛이 바뀌었다.
어린 아이는 언제나 새로운 모험에 두근거린다. 그 모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모험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결과 같은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 ‘늑대인간을 찾는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 유하는 잽싸게 책을 정리하고, 나가기 위해 신발을 신으며 할머니께 외쳤다.
“할머니, 나, 늑대인간을 찾을 거야! 정말로 만난다면 할머니한테도 이야기 해드릴게요!”
밝은 표정을 지으며, 현관 앞에 있는 워프장치에 서는 유하. 그런 유하의 모습은 그의 할머니에게는 더 없이 귀여운 표정이었으리라. 유하의 말을 마지막으로, 워프장치 특유의 기동음과 함께 푸른빛이 유하를 감쌌다.
평소처럼 워프장치를 통해 주거 건물의 바깥으로 나온 유하는, 바로 아이들이 모여 있을 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는, 유하와 친구들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되면 유하의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원에 모여서 해가 질 때까지 같이 놀았다. 그 놀이가 무엇이 될지는 서로 이야기 한 적이 없기에, 오늘은 유하의 말에 혹한 친구들이 늑대인간을 찾는 유하의 모험에 함께하게 될 것 같았다.
공원으로 향하는 유하의 눈에는, 주거지구의 가로수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마침 수업이 끝나 집으로 향하고 있는 학생들, 상업 지구에서의 쇼핑을 끝마치고 자신의 주거 건물로 향하는 아주머니들, 길옆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유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며,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공원을 향해 뛰고 있었다. 그러나 유하는 뭔가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했는지, 그 자리에서 멈춰 서버렸다.
그건, 원래대로라면 있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전, 동화책에서 본 모습이었다.
뾰족한 삼각형의 귀에, 날카로운 손톱. 꼬리뼈로부터 나온 것 같아 보이는 길고 탐스러운 꼬리는, 그것이 늑대인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도 그 늑대인간을 보고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 늑대인간이 그곳에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듯,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눈길도 주지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늑대인간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채 신기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건, 유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있다고 믿으면, 정말로 있는 것이다’
유하는 할머니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말은 두말 할 것 없이 정답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틀린 답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유하에게는 그 말이 정답이었던 셈이다.
그 자리에서 잠시 멍해져있던 유하는, 더욱 힘차게 공원을 향해 뛰었다. 이렇듯 유하의 모험은 금방 끝나버렸지만, 그런 것은 더 이상 유하에게 있어서 중요하지 않았다.
신나게 달리던 유하의 눈에는 공원이 들어왔고, 그 곳에는 유하를 기다리고 있는 유하의 친구들이 있었다. 꽤 오래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유하는 달리면서 외쳤다. 그것이 친구들을 향한 외침인지,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자신의 할머니를 향한 외침인지는 모른 채.
“나, 늑대인간을 봤어!”
# by | 2011/11/20 22:49 | 호박빛 단풍나무 수첩 | 트랙백 | 덧글(1)

















